이명박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인식.

 

“청와대에 와 보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도 고장 나고 허허벌판이었다”며 “겨우 자리잡자마자 쇠고기 문제가 터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임기 중 다 해 놓고 가겠다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다 말이 좀 다르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위 글은 모 일간지에 나온 기사중 일부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정국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저항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이다.

청와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국회에서 법으로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닌가? 통치사료에 대한 것은 모두 별도로 보관하도록 돼있다. 또 일정한 연한이 지나기 전에는 다시 꺼내볼 수도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IT초강대국인 대한민국이다. 전자정부를 지향하며 구축한 시스템이 있기에 잡다한 종이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일하지 않아도 된다. 또 인수위가 꼼꼼히 업무인수를 받지 못하여 컴퓨터의 로그인을 못한 탓도 있다. 허허벌판은 누가 자초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전정권이 퇴임하기 전 인수위가 좀 세밀하게 업무인수를 받았어야 옳다.

겨우 자리를 잡자마자 쇠고기 문제가 터졌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다. 쇠고기 문제는 터진 것이 아니다. 정권이 저지른 일이다. 그 것이 무슨 천재지변이란 말인가? 분명 우리정부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개방한 것이다. 또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굴욕적이고 서투른 방법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어떻게 이 것이 터진 일인가? 터진 일이 아니라 저지른 일이라 해야 옳다. 대통령이 아직도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잘못도 없이 당하고 있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쇠고기 문제가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자 현정부는 전정권을 탓했다. 이미 전정권이 저질러놓은 것일 설거지했다고 주장까지 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전정권을 담당하던 사람들은 반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미FTA를 전정권이 했다. 쇠고기 문제도 일부 개방을 했다. 그러나 우리의 검역주권을 송두리채 내준 일은 없다. 설혹 전정권이 저지른 일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일이다. 전정권이 하던 일을 모두 뒤집어 버리더니 왜 하필 이문제는 전정권을 탓하는가?

또 한가지는 정책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듯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정홍보처를 없앤 이들이 누구였던가?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일까? 옳고 좋은 일을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무지해서 정부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면 번지수를 많이도 잘못찾았다. 국민은 지금 소통과 홍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신들의 잘못에 기인한 문제들을 전정권 탓하고, 스스로 저지른 일을 터졌다고 한다. 정책의 본질을 반성할 의사는 전혀 없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차분히 되짚어보자. 지금 국민의 불만은 어디에서 연원한 것일까?

어설프고 섯부른 인수위 시절의 오락가락 행보, 고소영 내각, 강부자 청와대, 부동산 투기의혹, 위장전입, 논문표절, 농지법 위반, 대미굴욕외교, 대북관계 악화, 더 어려워진 경제,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복지예산의 삭감을 초래할 감세,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검토, 임기직 쫓아내기, 공무원 새벽출근 시키기,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 야간자율학습, 0교시부활, 일제고사 부활 등등 셀 수도 없다. 이런 일들이 그냥 발생한 일인가? 모두 터진 일인가?

그냥 터진 일은 하나도 없다. 다 정권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런  것이 전정권의 잘못으로 기인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 국민에게 홍보를 잘한다고 해결될 일도 전혀 없어 보인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연일 조중동이 홍보를 해도 별무신통이다. 홍보는 조중동으로도 충분하다. 정책을 바꿔야 한다. 국민에게 홍보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들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공권력이 압박해서 막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들어서 참고해야 한다. 국민이 지금 불만을 표하는 일중 어느 하나도 남 탓으로 돌릴 일은 없다. 국민의 마음을 겸손하고 정중하게 받드는 것이 해결책이다.

대통령의 남탓이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되었다. 아니 지금도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욕하던 전정권에 비하여 더 나아진 것은 무엇인지, 더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보기 바란다.

by 비토세력 | 2008/05/14 16:20 | 정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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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eWinds at 2008/05/14 23:13
항상 좋은 글을 읽기만 하다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고작 몇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황당하지 못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거기다 모든책임을 떠안고 가야할 최고지도자란 사람이 책임을 지기는 커녕 이미 떠나간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넣기기나 하니 어처구니 없다 못해 화가나기까지 하더군요. 저런 발언을 듣을때 마다 스스로 자신의 무능하다는것을 인정하는 거겠죠.

이젠 어떤 대형사고를 치고 어떤 핑계로 빠져나갈까 생각하지 말고 이제라도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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