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5일
뉴타운 사기극에 놀아난 유권자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지역을 거의 싹쓸이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이 야당들에 비하여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승리가 예상되어 있었다. 하지만 야당의 중량감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단 네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이 승리를 거두웠다. 전통적으로 서울은 한나라당이 이렇게 압승한 일이 없었다.
유권자의 그릇된 욕망.
서울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원인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것은 바로 뉴타운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다. 뉴타운 지정에 대한 기대감은 바꿔 말하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앙등에 대한 기대감과 같은 말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곧장 집값이 폭등할 것이다. 때문에 작은 주택이라도 하나 보유한 유권자들은 뉴타운 지정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집값이 올라가서 얻게되는 시세차익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집없는 서민들의 미래가 암울해질 뿐 아니라 희망이 사라진다. 내집마련을 위해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니 당연히 내수부진의 원인이 된다. 부동산의 가격앙등은 기업에게는 원가부담의 증가를 초래한다. 집값이 오르면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집값상승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유권자는 각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특히 자가보유자의 경우 무척 예민하게 집값에 대한 반응을 한다. 집을 가진 유권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현상은 자기집값은 많이 오르고, 다른 집값은 덜 오르거나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자산규모가 커지기를 바라는 현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집값만 오를수는 없다. 오르면 다른 집값도 오르게 마련이다. 자산의 평가치만 높아졌을 뿐 당장 처분해서 효익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공약이 바로 뉴타운 지정이다. 특정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하면 지정된 곳에 위치한 집값은 폭등을 한다. 다른 지역은 별반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지정된 지역의 부동산 보유자가 많은 이익을 챙길 수가 있다. 그래서 뉴타운지정이 유효한 선거전략이 된 것이다. 이렇게 남은 안되고 자신만 잘되기를 바라는 욕망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이 전혀 없는 비양심적 욕망이다. 심지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뉴타운 지정과 정치구도의 함수관계.
뉴타운 지정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공약으로 성립할 수 없는 내용이다. 사실상 뉴타운의 지정권한은 광역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물론 서울시의회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는 한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의 공약으로 적절한 내용이다. 국회의원 후보가 뉴타운을 공약했다는 그 것은 거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구도에도 내재되어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당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나 지방의회까지 지배력을 부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각 지방의 행정이 독립성이 취약하다. 중앙당의 선거를 위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을 지배하고 있는 측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전근대적 정당정치의 문제점이 이러한 사기공약이 먹혀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서울시민에게 제시한 것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물론 당시의 민주당과 국민의 정부가 여러가지 부정부패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욕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무엇일 제시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율이 100%를 넘었다. 여전히 세입자도 적지 않았지만 자가보유율도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급주택이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만이 집값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강북지역에 있는 다가구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그리고 작은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이길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계산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뉴타운지정 사업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실제로 이명박 시장 시절에 강북에서는 뉴타운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큰 이익을 얻었다. 그래서 이명박 시장의 인기는 높아지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동력도 생겨난 것이다. 경선에서의 승리와 대선에서의 승리에도 그러한 개발기대 심리가 면면히 작용한 것이다. 물론 청계천의 복원같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준 것도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 것을 지켜본 정치인들이 벤치마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발에 따른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계산으로 묻지마 뉴타운 공약을 남발한 것이다. 과도한 욕구를 가진 유권자를 현혹하기는 누워서 떡먹기와 다를 바 없다. 그렇게 뭉쳐진 욕망의 결정체가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총선압승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택 보급율과 자가보유율을 살펴보면 선거전략으로 그런 거짓 공약을 할 유혹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모두 한나라당의 수중에 있고, 정권도 이제 한나라당의 수중에 있다. 야당이 똑같은 공약을 해도 약발이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그 공약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허구성을 조명하는데 집중했어야 그나마 참패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당이 공약을 한들 누가 믿겠는가?
뉴타운 공약의 위력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선거결과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경기도 지역은 민주당이 고전하면서도 15석을 얻었다. 서울의 3석과는 선명하게 비교된다. 결국 유권자의 천민자본주의적 욕망에 소구한 한나라당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다. 결과적으로 사기임이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는 끝나고 말았다. 사기를 당한 유권자는 억울할지 모르나 이미 총선과정에서 강북은 집값의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속이는 측도 속는 측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집없는 서민들의 이익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억울한 것은 집도 없는 서민들이다. 허름한 집한채도 없이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도시빈민이다. 이미 인구통계적으로 무주택자는 자신들을 대변할 정치세력을 키우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또 서울이나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선거의 판세를 서울과 수도권이 좌우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지방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인구구조학상 소수인 무주택자를 대변할 정치세력은 점점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무주택자나 지방에 거주하는 유권자도 일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숫자에서 불리한 처지에 뭉쳐서 응집력을 보이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제집이라도 가진 사람들이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기반하여 투표를 하는 반면 오히려 약자인 무주택자와 지방거주자들은 응집력이 없다. 갈수록 더 불리해지는 이유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집값이 결과적으로 폭등하였다. 정부가 수도없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집없는 서민들은 집값을 결과적으로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면을 했다. 양쪽에서 모두 외면을 받고 말았다. 초기의 상황에 대한 오판도 있었을 것이고 정책수단의 강도가 약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폭등하였다. 말기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너무 올라버린 상황이었다. 너무 늦은 대응이 된 셈이다.
하지만 집값을 잡으려 노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들조차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책의 실패에 따른 심판은 피할 수 없는 일이나 그렇다고 그보다 더욱 의지가 약한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보유세를 경감하겠다고 공약한 정치세력이다. 양도세도 완화하여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이익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무주택 서민들이 지지할 대상은 아니다.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지방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점점 수도권의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치구도가 되어간다.
집도 없이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수도권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성이 필요하다. 인구구성상 불리한 상황을 직시하여야 한다. 뉴타운, 보유세 완화, 양도세 경감, 수도권 규제완화 등을 공약한 정치세력을 응집력있게 반대해야 한다. 그 것만이 그나마 덜 불리한 정치구도를 만들어낼 수가 있는 방법이다.
재벌들이 형편이 넉넉해진다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주지 않는다. 부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진다고 서민들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서민들이 응집하여 주권을 적절히 사용할 때만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생겨나고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막연히 재벌과 대기업과 기득권층의 배려를 기대하며 기득권 대변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서민들의 무덤을 파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이땅의 서민대중이 정치적 각성과 연대로 스스로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by | 2008/04/15 10:38 | 정치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