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정치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시골마을에서 사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그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처럼 신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울을 떠나서 고향에 기거하는 일이 처음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경기도 의왕시에서 출발했습니다. 작은 승용차에 비싼 기름을 채우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는 차량이 뜸하더군요. 군데군데 새로운 고속도로들이 생기고 연결돼서 경부고속도로의 이용차량이 분산된 모양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포화상태라고 대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어떤 분의 주장이 무색하더군요.

초행길이라 좀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구에서 대구부산간 신설된 고속도로를 통해서 남밀양까지 갔습니다. 국도를 타고 진영읍까지 갔지만 봉하마을을 찾는데는 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곳곳에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을 맞는 펼침막등을 단서삼아 봉하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진영읍은 시골의 읍소재지 치고는 꽤 번화하더군요. 대형아파트단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인근 창원같은 공업도시가 있어서 그런가 하고 짐작을 했습니다. 물론 부산도 약 40km 정도의 거리이니 그리 산간오지는 아닌게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네요. 곳곳에 감나무 과수원이 있어서 진영단감의 산지가 바로 여기임을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정겨운 시골풍경을 바라보며 어느 덧 봉하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사저근처에 주차하고 마을로 올라가니 낯익은 사람들도 몇몇 보였습니다. 풍선을 불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더군요. 사저입구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했습니다. 하나, 둘, 셋구령에 맞춰 '나와주세요'를 외치는 광경이 참 신기했습니다. 대통령을 역임한 분을 보는 것을 기대하고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한편 정겹게 느껴지면서도 꽤 불편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국밥을 먹었습니다. 별로 돈받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에 후한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가 딸아이가 화장실을 찾기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 순간 운집한 사람들 사이에 환호성이 울리더군요. 바로 그 곳에 사시는 전직 대통령이 나와서 간략히 오신 분들에게 인사말을 하셨나 봅니다. 결국 아내와 아들녀석은 직접 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찍기도 했지만 딸아이와 저는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별반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꼭 직접 봐야 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별로 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마침 노사모 상임위원회가 모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임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후에 보니 상임위원들하고 봉화산에 함께 오르셨더군요. 그럴줄 알았다면 상임위에 기웃거리고 있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근데 뭐 상임위원 아닌 사람이 그러기는 좀 우스운 일이 될 수도 있겠죠?

곧장 차를 움직여 울주군에 있는 신불산 휴양림으로 갔습니다. 꼬불꼬불 시골길을 지나서 밀양으로, 다시 양산을 살짝 걸치며 높은 산으로 차를 운전해서 갔습니다. 밀양댐도 구경하고, 많은 산들과 시골마을들을 보면서 한가로운 여행을 했습니다. 아찔한 산꼭데기로 올라가서 예약해둔 숙소에 하루를 머물다 왔습니다. 높은 산의 공기도 맑고, 산새들이 지저귀며,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늘 휴양림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산림청 직원들의 노고입니다.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휴양림들이 전국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종종 그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산림청의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할 겁니다. 물론 공익근무 요원들의 고생도 잊어서는 안될 일이죠.

다시 올라오는 길도 역시 그리 차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포화상태라는 말은 전혀 실감이 안될 지경이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긴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5년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이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어젠다들은 꽤 많이 제시했던 기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진영읍이나 주변의 많은 농촌들이 그럭저럭 인구가 유지되고 생기가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주변에 발달된 도시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여름에 내가 태어난 전남 강진에 갔을 때의 황폐한 느낌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 곳에는 폐가가 너무 많아서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살아가기에 매우 불편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주 대비되는 모습의 시골마을은 왜 그리 차이가 많은 것일까요? 주변에 발달된 산업도시들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 매우 큰 요인일 것입니다. 진영이나 밀양같은 곳만 하더라도 군데군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교육 학원들이 존재합니다. 주변에서 생업을 꾸려갈 근거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일부 젊은 인구가 남아있고, 아이들이 있고, 학교나 학원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 인구의 50%는 답답하고 숨막히는 수도권에 모여서 바글거리고 있습니다. 산업이 있고, 그 곳에서 생업을 영위할 인구가 있고, 시장이나 각종의 편의시설이 집중되는 것입니다. 지방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면 점점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마땅찮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기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바로 지역균형 발전입니다.

신행정 수도의 건설, 곳곳에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이러한 정책수단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은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과제였다고 봅니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일부 나타난 부분도 제법 심각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모두 수도권에 집중된 대한민국이 얼마나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신행정 수도의 건설은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무산되었습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이석연씨는 새정부에서 한자리를 맡았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이 모두 자신들의 재산이 수도권에 있어서인지 600년전 경국대전을 운운하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헌판결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성문헌법을 채택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관습헌법'을 들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물론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하면 그 취지의 일부나마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각 지방에 건설하고 있는 혁신도시등은 부동산 투기를 창궐케한 주범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토지보상비등이 시중에 나돌며 투기를 일으킨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 국토를 고르게 발전시켜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 우리가 얻게될 효익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정책을 구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새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참여정부가 한 일들을 대부분 반대로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지도가 낮았던 정권과 차별화가 더 많은 정치적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지방은 곳곳이 공동화되고 황폐화되는데 수도권은 인구의 과밀로 숨이 막히는 이 현상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오천만이나 되는 국민이 대부분 수도권으로만 몰려드는 현상은 더 이상 지속하면 안될 일입니다.

군데군데 좋은 도시들이 생기고 그 곳에서 생업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인구가 모일 것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학교도 생기를 되찾고, 필요한 학원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엄청나게 비싼 수도권의 집값을 감수하고 수도권에 살 수 밖에 도리가 없는 일도 개선되지 않으면 안될 일입니다. 인구가 집중된다고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질 리도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경쟁력은 퇴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가 그 비싼 수도권에 투자하려 하겠습니까? 인구분포가 지금보다 고르다면 오히려 수도권도 사람살기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입니다.

지방도 사람이 살고 수도권도 환경이 좀 나아지는 그런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보면서 주말을 보냈습니다. 새정부가 모두 반대로만 하려고 하지 않으며, 옳고 필요한 것이라면 지속적으로 추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지금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마음놓고 지방으로 가서도 살기가 그리 막막하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많은 생각과 아쉬움 속에서 비교적 보람찬 주말을 지냈습니다. 경치좋고 공기좋은 지방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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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정미자 2009/06/04 17:4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구요.. 우리가족이 이번 휴가를 이용해 의왕시청에서만 찾아뵙던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잠들어 계신 봉하마을에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근처 휴양림을 쳐 보니 님의 홈피가 나오네요..
    님이 가셨던 신불산 휴양림은 봉하마을에서 얼마나 걸리는지요...
    또한 예약을 하려면 어찌 하는게 좋을지 여쭤봅니다... 사실 아이들이 있어서 숙박이 문제거든요...
    우리집도 의왕시인데 님네 집도 의왕시인가 봅니다... 반갑네요...
    저흰 오전동 현대아파트에 삽니다...
    바쁘시겠지만 답변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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