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줄서는 정치인과 여당의 분열 정치

 

2002년 대선이 끝난 후 여당은 분열을 거듭하였다. 사실 정치세력이 정책적 지향에 따라서 분화하는 것이라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책지향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2007년 대선을 승리한 한나라당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2년 대선 후의 분열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미 대선전부터 민주당은 심각한 분열이 있었고,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편이 갈리고 말았다. 당내의 비주류가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었고, 거기에 반발하는 주류측의 반발과 흔들기가 극에 달했었다. 심지어 당의 재정권을 선대본에 넘겨주지않고 버텨서 선거를 치르기 어려웠고, 후단협을 결성하여 외부인사와 내통한 자들도 있었다. 결국 후보측과 후단협측, 비주류와 주류측의 대립은 위험한 수위를 넘어 버렸다.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한 측에서는 당권을 획득하였음에도 분열은 멈추지 않았다. 형식상 당개혁안에 대한 대립으로 나타났지만 사실상 구주류와 신주류의 당내 주도권 다툼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대립이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분열은 심화되었다. 결정적으로 당개혁안에 대한 다툼이 여성의원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이른 바 난닝구 당원의 난동에 이르면서 분당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 당을 꾸린 열린우리당은 나름의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챙기며 창당됐다. 경선을 완주하고, 선거운동에 앞장섰던 정동영이 당을 장악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이제 새롭게 당을 장악한 정동영과 대통령이 공천권에 대한 의견을 노출할 차례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공천권을 거의 백지위임하였다. 모든 공천이 정동영에 의하여 주도된 것이다.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부분 영남지역에서 출마하여 낙선을 피할 수 없었다. 당내 의원수에서 정동영은 압도적 지분을 확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대통령의 위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동영은 지속적으로 당내권력 쟁투에서 우위를 유지하는데 집착하였다. 당은 그로 인하여 분열이 지속되었다. 당정청간의 관계는 엉크러졌고, 김근태계나 유시민등의 참정연등이 서로 얽힌 오합지졸의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무능하고 질서없는 집권세력으로 낙인이 찍힌 하나의 원인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동력도 자연히 감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소멸되었고, 대선에서는 처참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총선에서의 공천권 싸움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차기대권주자의 자리와 당내 지분확보를 위해서 쟁투한 결과는 제법 비참한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던 것이다. 당의 창당명분도 스스로 짖밟아 버렸고, 이제 새로운 당을 만들었지만 과거 신뢰를 상실한 열린우리당보다 더욱 비참한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신당의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07년 대선후 한나라당의 파열음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절치부심하며 박근혜를 중심으로 당을 재건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지속적으로 완승을 거둔 것은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집권세력의 지지멸렬에 반사이익이 매우 크기는 하였으나 박근혜의 리더쉽이 당을 살리는데 중요한 요소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당원들의 참여를 늘리고 부정과 비리연루자를 형식적이나마 철저히 응징하는 조치등 과거의 한나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이명박과의 일전이 있었다. 당에 대한 공헌도등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은 결국 이명박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경선패배후 흔쾌히 승복하는등 박근혜의 성숙한 행보는 빛을 발하였다. 특히 이회창의 끝없는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경선승리자에게 힘을 실어준 행보는 박근혜의 또 다른 정치적 자산으로 쌓였다.

 

그러나 이제 대선은 끝났다. 문제는 곧 이어 있을 총선에서의 공천권에 대한 다툼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이명박 당선인이나 박근혜 전대표가 한치의 양보도 하기 어렵다. 당선인 측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당정분리로 인해 대통령이 당을 장악할 수 없었다는 데에서 기인했다고 해석할 것이다. 따라서 철저히 총선에서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박근혜측에서는 공천에서 자파 정치인들을 걸러내는 보복공천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원만히 해결이 안되면 탈당이나 분당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실 공천물갈이가 없어도 결국 대통령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이 높고 차기 대선에는 대통령의 측근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공천에서 한번 자파가 걸러지면 정치인 박근혜의 차기 도전은 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서로가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

 

이미 일인지배 정당의 시대는 끝났다. 그런데 새로운 리더쉽을 세우는 룰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정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상당기간 당의 주도권에 대한 다툼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여기에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들이 가세하여 당청간의 불협화음과 당내분란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정당들의 존립근거가 문제이다. 정당들이 지역구도에 기생하고 있어서 정책적 지향점을 기준으로 모여있지 않다. 모두가 지역별 당선가능성에 기대어 정당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유권자인 국민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당, 호남당, 충청당으로 나뉘어 경쟁하였다. 이제는 수도권당과 지방당으로 분화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지역기반은 정책보다 공천이 곧 당선과 낙선을 가르기 때문에 공천권 싸움과 그것을 통한 당내지분 확보에 집착을 낳는다.

 

둘째, 정치인들의 들쥐근성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보다 될성부른 쪽으로 줄서서 졸졸 따라다니며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에 그러한 싸움을 피할 수가 없다. 당내 지분을 많이 가진 정치인도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흡인력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과거 일인보스 정치에 길들여진 과거의 정치인들이 그러한 줄서기에 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정치의 문제를 읽을 수 있다.

 

셋째, 정당의 골간이라할 당원조직이 주체성이 없다는 문제이다. 이리저리 휩쓸려서 정치인들의 동원대상으로 전락한 당원들이 문제이다. 그들을 많이 확보하는 일도 또한 의원수를 확보하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다툼의 발단이 된다. 적어도 자신의 의지로 정치인들의 생각과 행보를 보고 판단할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경선때마다 정치인들의 세를 확보하여 대세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정치인들의 구성비에 흔들림이 없이 주체적인 판단을 할줄 아는 당원들이 기반이 되어주지 않으면 정치인들의 줄서고 줄세우는 행태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넷째, 신뢰와 신의의 문제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도 상대방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이 공천권을 당에 일임하면 당에서 비협조적인 풍토가 발생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에서는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면 정치보복성의 공천으로 자신들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칙과 룰을 존중하지 않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던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원칙과 룰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지 못한 정치인들의 잘못이다.

 

근본적인 판갈이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정치는 지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 분명히 당정분리의 원칙같은 것은 민주적인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한 저질 정치인들의 아귀다툼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현재의 정치판이 완전히 뒤엎어지는 것이다.

 

지역구도에 따른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책지향에 따른 대대적 정계개편이 필요하다. 정책지향이 유사한 집단끼리 모여서 정치를 한다면 서로 지분싸움으로 날을 새우지 않아도 되고, 각 지역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불합리한 일도 없어질 것이다. 국민이 선택하기 전에 이미 정치인들끼리 만든 공천장이 당선을 보장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선택권이 자연히 제한받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치인이 결정하면 국민은 추인하는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서로 긴밀히 협조하되 당의 공천권은 당에서 알아서 하고, 행정부에 대한 일은 대통령이 중심에 서는 당정간의 분리가 민주적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에도 당정분리는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 되는 일이다. 특히 공천심사위에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은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당헌당규의 정신에 부합한다. 대선 당은 행정부의 정책에 입법활동으로 잘 협조하면 되는 일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네편 내편을 갈라 당내 지분을 챙겨서는 옳바른 정치를 할 수도 없고, 당장 그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행위가 되고 만다. 대통령이 차기 대권과 관련하여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밀어서도 안된다. 그것은 당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 것이 당정분리의 원칙이다. 만일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대통령이 당을 장악한다면 그것은 입법부가 거수기노릇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정치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책임정치의 원리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여당과 행정부는 공동운명체이다. 서로 잘못하면 함께 죽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살기위해서 협력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당을 깨고 간판을 바꾼다고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명토박는 유권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제일 먼저 현재의 정당들은 모두 깨서 없애는 데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탈지역구도와 정책지향, 민주적 리더쉽의 체계, 책임정치의 원리가 작동하는 구조로 모두 바꿔야한다. 지금처럼 우스운 정당들의 구조로는 서로 협잡하고 으르렁거리는 일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정계개편이 가장 절실한 시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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