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발목잡기 기술을 밴치마킹하라. 정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에서는 벌써부터 국정발목잡기를 하지 말라고 예비야당을 다그치고 있다. 여야가 서로 국회에서 합리적인 토론으로 결론을 내리고, 합의가 안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의 국회는 항상 그렇지가 못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문제점

 

정치가 상호존중과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닭은 분열된 유권자들의 의식탓이다. 영남과 호남으로 갈려서 서로 대립하는 유권자가 존재하는 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유리하다. 그래서 멱살을 잡고 싸우거나 정치의 과정에서 투사의 면모를 보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러한 유권자들의 대립은 오랜 군사독재와 민주화투쟁이 결과한 것이며, 독재자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권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

 

결국 정당들이 각기 지역을 대변하는 구조로 형성된 까닭에 국회는 지역당끼리 서로 삿대질하며 싸우는 마당이 되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협상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습을 보이면 곧장 이른 바 사쿠라로 취급되는 일까지 있었다. 협상이 안되는 경우 다수결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몸으로 막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문제는 절차를 그렇게 밥먹듯이 어겨도 유권자가 징치하지 못하고 다시 선출해주는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있었던 일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다수파가 연합하여 탄핵한 일이 있었다. 물론 주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폭거였다. 그러나 탄핵의결을 막기위해서 몸을 던지고 육탄공세를 벌인 여당도 법적인 절차를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은 결국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었다. 몸으로 막는 불법행위는 눈감아주고 부당한 결의를 했던 다수파를 징치한 것이다.

 

과반수를 얻은 정당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원구성을 할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몽니를 부렸다. 결국 그과정에서 소수파인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 관계로 한나라당은 법사위에서 불리한 모든 법안을 저지하였고 여당은 다수이면서도 끌려 다녔다.

 

국무위원을 임명할 때마다 시비를 걸어서 낙마시키기 일수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한나라당이 국무위원 인준에 대하여 비토한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임명이 되기도 어려웠고, 임명되고도 곧장 낙마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사실상 국회는 한나라당이 지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정당하게 도덕성을 검증하는 수준이며 절차를 준수하였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사유가 그리 합당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매우 부당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현정권을 실패하게 만들어야 정권탈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인사도 있었다. 야당이 집권세력의 실패를 바라고 그것을 통해서 기회를 얻으려는 것조차 절차가 정당하다면 이해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매번 발목을 잡고 구실이 없으면 억지로 갖다 붙여서 비난하고 헐뜯었던 일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사학법 같은 것을 구실로 국회를 내버리고 장외투쟁을 몇개월씩 감행한 일도 있었다.

 

매번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마다 코드인사를 운운하며 딴지를 걸었던 일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코드가 안맞는 인사를 기용해야 잘하는 국정운영이란 말인가? 설혹 코드가 안맞는 인사를 기용하려고 해도 아무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지 않았는가? 권력을 모두 다 내주고라도 선거법을 좀 합리적으로 고치자는 제안조차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내친 사람들이 아닌가?

 

결국 그렇게 국회에서 발목을 잘 잡은 결과와 다른 요소들이 보태져서 현정권을 무능한 집단으로 인식시키는데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국민에게 그러한 발목잡기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정권을 압도적인 표차이로 한나라당에 맡겨주지 않았는가? 절차적 정당성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은 일은 국민이 불문에 부쳤다. 발목잡기 기술의 가치를 국민이 인정한 셈이다.

 

예비야당이 정권을 탈환하는 길

 

지금 예비야당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 5년내내 한나라당이 했던 행위를 밴치마킹해야할 것이다. 그 것처럼 효과적으로 정권을 잡는 방법도 별로 마땅치 않아 보인다. 핵심은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 집권세력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좌파정권이 나라를 망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것을 수구꼴통들이 나라를 망친다로 바꾸어 주장하면 된다. 소수로 전락하더라도 법사위는 반드시 야당이 해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겨야한다. 그래서 법사위를 법률저지위로 활용하면 제법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같은 것은 너무 문제가 많고 국가의 장래에 영향이 크므로 장외투쟁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국회를 공전시켜야한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하여 철저히 주소이전과 부동산 보유내역 그리고 학교다닐 때 성적까지 모두 찾아서 자격시비를 하고 모조리 낙마시킨다. 이미 임명된 인사들은 모두 코드인사가 아닌 소망교회, 고대출신, 현대출신, 한나라당 출신이라며 반대한다. 코드인사를 비판하는 것보다 사적관계를 비판하는 것이 더욱 명분있는 일이다.

 

그리고 국정을 함께 꾸리자고 하면 단호히 정치적 술수라며 거절해야한다. 실정의 책임을 함께 뒤집어쓰면 정권을 잡는 것은 물건너가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마구 씹고 욕하는 것이 국민스포츠가 되도록 만들면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당은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다.

 

한가지 꼭 빼먹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천막당사 쑈다. 불쌍한척하면 국민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다. 게다가 불법행위나 잘못된 일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면 과감하게 공천에서 배제하고 출당조치를 해야한다. 거기에 더하여 한나라당이 실시하는 책임당원제 같은 참여제도를 보완하면 완벽하다.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무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실패하면 5년을 더 노력하면 된다.

 

발목잡기를 국민은 정당한 기술로 용인하였다.

 

사실 한나라당의 국정발목잡기는 매우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외환위기로 국가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린 세력이 불과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사례는 세계사에 기록될 일이다. 발목잡기를 국민은 매우 유능한 것으로 인정한 셈이다. 국민은 집권세력이 철저히 망가지고 무너질 때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야당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안타까운 점이 있다. 철저히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한나라당은 영남이라는 지역기반을 든든히 보유한 까닭에 흔들림없이 다시 대오를 정비하였다. 부단히 노력하여 국민에게 다시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것이 책임정치의 원리가 아닌가? 불리하면 곧장 당을 없애버리고 새로 만들어서 화장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야당이 5년을 든든히 버텨내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부단히 개혁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본받아야함은 물론이고 국정발목잡기 기술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핵, 헌법재판소로 끌고가기, 경국대전에 명시된 조항을 들어서 위헌판결 받아내기, 법사위원장 자리 빼앗기, 국회에서 몸으로 막기, 국무위원 인준에 협조안하기, 장외집회로 국회를 공전시키기, 숭미수구꼴통이라고 조롱하기등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언제쯤 발목잡는 세력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정상적인 정치판이 될 것인지 답답한 마음뿐이다. 그 것은 국민의 정치를 보는 안목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여당이 될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반칙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싶을 테지만 자신들이 쌓아둔 업보는 그리 호락호락 없어질 수가 없는 법이다.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을 밴치마킹하는 것이 야당으로서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국정을 원활히 이끌어 가려면 과거 자신들의 업보를 철저히 털어내는 씨김굿이 필요하다. 모두 지난 일이니 이제라도 정중한 사과를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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