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국가운영은 다르다.

대선과 관련하여 기업의 CEO출신들이 뜨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현대건설 사장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독자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했습니다. 5년내내 읊어온 경제파탄론이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성공한 기업인이 국가를 경영하면 국가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기대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기업활동의 동기는 이윤이고, 국가조직의 활동동기는 공익의 창출입니다. 서로 동기부터 상충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떤 기업도 공익을 본질적 목표로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이윤을 항구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공익을 추구하는 위장을 하는 일이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장기적 관점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이윤을 추구하며 공익을 해하는 일조차 서슴치않는 것이 기업의 경영활동입니다.

 

또 기업은 기업활동중 투입된 재화를 최소화하고, 산출을 최대화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투입과 산출간의 균형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투입과 산출간의 차이를 최대로 확대하여 잉여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활동입니다. 반면 국가는 항상 투입과 산출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재정의 수입과 지출간의 잉여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종종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일도 필요에 따라서 생깁니다. 흑자재정의 경우도 필요한 경우 편성할 수 있지만 보통은 균형을 맞추게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활동에 있어서 전권을 부여받고 또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 용이하죠. 권한에 제약이 있으면 효율을 높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경영은 권한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행정부의 수반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제를 받게 됩니다. 국민여론의 견제도 받습니다. 자신이 매우 좋은 계획을 수립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하려면 상충되는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그것을 막기 위해서 형평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반면에 국가는 효율성과 형평성이 동전의 양면처럼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려면 형평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극도의 형평성을 추구하다보면 효율성이 떨어져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고 맙니다.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한 사람이 국가경영을 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국가경영은 전권을 주지도 않을 뿐 더러 항상 이해관계가 상충합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몸에 밴 기업경영자가 형평성과의 균형을 맞춰나갈 가능성도 낮습니다. 기업의 소유주나 주주의 이익에 종사하면 되는 일과 각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국민들의 공공이익에 종사하는 일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국민은 기업경영자 출신에게 나라를 맡기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성장론자들이 처놓은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사조와 효율성만을 극도로 강조해온 기득권자들의 주장에 현혹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국가경영이 형평성을 상실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양극화의 확대가 그렇고, 내수부진의 원인도 거기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장율이 꽤 높은 편이지만 실업률도 높고 수출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용유발효과가 높지않은 대기업을 위주로 효율성 추구가 지나치기 때문에 실업문제와 내수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의 요구에 맞춰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그것이 버블을 만들고, 버블이 붕괴되면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가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기업경영을 하는 것처럼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지금도 과도한 편입니다. 성장을 위해서 복지를 희생하는 일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지금은 국가를 경영하는데 기업가적 마인드가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지금 국민에게 바람직한 정치는 균형입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균형입니다. 효율성만 추구하던 경향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효율성의 추구와 형평성을 살피는 일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균형있는 시각을 가진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기업가들의 이익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을 뽑아서는 바람직한 국가경영이 안됩니다.

 

사회 각부분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기둑권층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압박하는 것에 굴복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경제성장율을 높여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사람들을 뽑아서는 국민이 불행해질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효율성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형평성이 전혀 없다는데 있습니다. 효율성도 높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형평성을 완전히 희생시키는 효율성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금의 한국경제가 그러한 처지에 있습니다.

 

국가를 경영하는데 기업적 방식은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기업가는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가 없을 겁니다. 기업은 국가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처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정치인들조차 형평성을 상실한 효율성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인은 결코 균형있는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에게는 기업들의 성장이 곧 국가경제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공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이윤을 창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업가는 기업가일 뿐입니다. 국가경제를 부흥시킬 대안은 아닙니다. 마치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경제학 강의를 맡기는 꼴과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경영과 경제는 전혀 다릅니다. 국민들의 혼동이 안타깝습니다.

by 비토세력 | 2007/08/24 18:26 | 정치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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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드러커 아저씨 도와줘요 at 2007/08/31 20:12

제목 : CEO가 대통령되면 잘할까?
CEO 출신의 대선 주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이었고, 독자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후보는 유한 킴벌리 사장이었다. 이 두 사람은 정치인 출신 후보들에 비해 독특한 주장을 펴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많은 설득을 얻고 있는데, 그 주장의 근거는 다음 두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1.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나라도 경영 잘할 것이다.2. 기업 경영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일......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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