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08일
선거법 위반이라?
노무현 대통령이 참평포럼에서 발언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군요. 사전선거운동은 해당되지 않고, 다만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된다는 선관위의 지적이 나름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대통령이 차기선거에 출마할 것도 아닌데 사전선거운동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좀 정신없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공무원의 중립의무라는 조항은 대단히 논란꺼리가 많은 부분입니다.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의 범위에 선출직 공무원도 모두 포함되느냐? 대통령은 포함되고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않느냐? 모든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느냐? 대상의 범위부터 확고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사안입니다.
선출직 공무원을 모두 포함시키면 우리나라의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등은 모두가 당선되자마자 범법자가 되고 맙니다. 특정한 정당에 소속되어 이미 정파적 이해에 따라서 발언을 하거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고 행정조직을 직접 관장하는 선출직 공무원만 포함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아마도 모두 당선되지마자 곧바로 탈당을 하고 엄격히 중립을 지켜야할 것입니다. 당정협의도 이미 중립을 벗어난 행위이고, 정당의 당적을 갖는 것도 그 자체로 중립을 벗어난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인이 선출되어 특정한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중립의무를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선출직 공무원은 제외하고 중립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옳은 법해석이라고 봅니다.
다음으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벗어나는 행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지도 매우 애매한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적의 보유도 중립적 행위를 벗어 납니다. 자기가 소속된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면 당적자체가 이미 특정인의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가 되고 그것이 알려지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피해가려면 사실상 책임정치는 불가능하게 되고 맙니다.
당적의 보유와 특정한 정파에 대한 지지의사를 허용하고 단지 다른 정파나 정치인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번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야당은 끊임없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의 정체성에 흠집을 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나 대통령은 반론을 하지 말라고 막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이치일까요? 이것은 매우 공평하지 못한 법해석입니다. 만일 이번 대통령의 비판이 중립의무의 위반이라면 정부를 공격하는 모든 비판은 야당의 사전선거운동이 되고 말 것입니다. 야당은 무엇을 해도 허용되고 정부는 그냥 반론없이 당하기만하라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을까요?
정책적 비판에 대한 반론이나 상대방의 문제있는 공약에 대한 비판까지를 허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선출직 공무원이 자신이 지휘 또는 통제하는 공무원 조직이나 유관단체들을 자신의 정파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대통령이 행정부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거나 그들에게 압력을 가해서 특정한 정파를 도우려고 하는 행위는 모든 민주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입니다.
마음이 기울거나 찬반의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비로서 특정한 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매우 명확한 구분이 가능할 뿐 아니라 법률의 자의적인 해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거의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분명한 위법이 될 것입니다.
과거 독재자들과 군사정권이 관권선거를 획책한 일이 비일비재하였지만 지금은 정권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방권력을 장악한 지방자치단체장들에 의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 있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법률의 입법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독재정권들이 선거때마다 상시 전국적으로 행정조직을 동원하여 집권여당의 선거를 도왔습니다. 그것을 엄격히 막고 민주주의를 확고히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것입니다. 입법취지 맞춰 유권해석을 하는 것이 가장 착오를 적게하는 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선출직 공무원의 중립의무는 특정한 정파를 마음에 두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또 정책비판에 대한 반론을 막을 수도 없고, 다른 정치인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비판도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명확히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국가의 인적, 물적 자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동원한 범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금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대한 입법취지는 바로 그것입니다. 여당이 야당에 비하여 월등히 유리한 환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결코 강력한 야당이 정부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흡집내도 정부는 반론해서는 안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비판의 자유를 누리되 반론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존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공정한 민주주의의 룰이 아닙니다.
# by | 2007/06/08 11:17 | 정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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