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해체하고 싶으신가요? 정치

열린우리당이 난파선처럼 침몰하고 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당의 정치는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정치란 결국 국민의 지지에 의하여 세력을 얻기도 하고 그 것을 상실하면 소멸되기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1. 열린우리당의 현황.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하며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많은 것을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건설,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정당, 정체성을 정립하여 100년가는 정당등 모두가 국민이 바라던 옳바른 시대정신 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정통야당을 깨고 신당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야당들의 무모한 도전에 대하여 국민이 힘을 모아준 의미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였다면 그렇게 국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였을 것 입니다.

 

그러나 재보선마다 처참한 참패를 거듭하고, 지방선거에서 철저히 패퇴하였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험로를 피하려는 정치인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고, 탈당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대통령도 탈당하였습니다. 물론 기간당원제의 병폐를 지적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결국 상향식 정치의 상징인 기간당원제도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의석도 대폭 줄어서 108석에 지나지 않는 제2당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당에 남아있는 정치인들도 사분오열 나뉘어 있습니다. 당의 최대주주인 두명의 전당의장이 탈당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당이 제세력과의 통합을 추진하려 하지만 호응없이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 옵니다. 대선에 대한 비젼은 물론이고 차기 총선에서의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을 만들었던 주역들이 이미 이탈을 하거나 당의 해체를 주장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며, 영남당도 호남당도 충청당도 아닙니다.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몰골입니다. 이런 상태를 실패가 아니라고 우격다짐을 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2. 누구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누구의 책임일까요? 혹자는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을 탓하고 있습니다. 극성스러운 당원들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당의 시스템이 현실에 맞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소속 정치인들의 이전투구와 모호한 정체성을 주요원인으로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포괄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만 좀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집권여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무거울 것입니다. 아무리 당정분리를 철저히 실행하더라도 여당과 정부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지지를 받으면 당연히 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그 반대의 경우 지지를 상실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 당원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까지 참여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전당대회를 통하여 강요된 선택만을 했을 뿐이지만 당의 주인이라는 위치에 걸맞는 책임도 피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공천권을 행사하고, 당의 리더들을 스스로 선택하였으니 당연히 당의 몰락에 대하여 아프게 책임감을 느껴야 당연한 일입니다.

 

셋째, 지역감정과 유력인사를 중심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정치의 현실에 비추어 열린우리당의 상향식 정치나, 민주적 리더쉽, 당정분리, 전국정당의 추구등은 몸에 맞지않는 옷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고 거룩한 가치를 추구하는데 앞장서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도 소박한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스템의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넷째, 당에 속한 정치인들은 인기없는 대통령, 너무 극성스럽게 정치인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기간당원들, 현실에 맞지않는 시스템을 탓하며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자신들의 문제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술수들과 시대정신을 망각한 퇴행적 정치행보에 더하여 남탓하고 책임을 지지않았던 태도가 문제입니다. 당헌당규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당을 지배해온 것은 바로 당소속 유력정치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책임은 바로 당을 만드는 일을 주도하였고, 이후 당을 이끌어온 계파의 좌장들입니다. 거기에 의원들의 기회주의적 사익추구가 당의 오늘을 있게한 주연일 것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은 억지로 떠밀려 탈당을 함으로써 일부 책임을 졌고, 권한의 대부분을 상실한 기간당원들도 이미 상당한 책임을 졌습니다. 그러나, 소속의원들과 이미 명분없이 탈당한 의원들 그리고 탈당을 예고하는 정치인들은 책임을 진 일이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쫓고 있을 뿐입니다.

 

3. 명분을 잃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당을 만들면서 주도권을 행사하였고, 당의 정책적 방향성을 결정하였으며, 이미 당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을 인정한 사람들이 여전히 당에 남아서 자기얼굴에 침을 밷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보를 거침없이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적절한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치란 명분을 여하이 확보하느냐를 다투는 싸움판입니다. 결국 당을 깨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나 명분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주춤거리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당을 깨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역구도가 여전히 위력적인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지역주의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정치세력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대선은 물론이고 차기총선에서 자신들의 재선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지금의 정치구도는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또 어찌해서 재선에 성공을 하더라도 지금의 열린우리당의 틀에서는 정치행위를 하면서 얻을 사익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탈당과 기간당원제의 폐지등으로 어느정도 변신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여전히 공천장사와 거액의 정치헌금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옷이 차별화와 정치자영업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 그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당적고수와 기간당원들의 극성을 명분으로 열린우리당을 깨는 명분을 잡고자 하였으나 그런 것은 이미 제거되어 그나마 미약한 명분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익안되는 열린우리당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여서 막막한 일입니다. 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마저 일부 회복된 마당에 명분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남은 명분은 대선입니다. 차기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자는 것을 명분으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지만 여전히 절대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는 국민도 만만치 않은 비율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명분이 되어줄 것입니다.

 

4.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

 

그러나, 이미 시대는 변했고 여전히 더욱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맹목적인 지역주의적 지지도 과거보다 완화되고 있으며, 정책적 차별성이 없고 정체성이 비슷한데 과거를 기준으로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로 투표를 결정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기대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정치인들의 바램일 뿐입니다.

 

오히려 통합을 위한 거룩한 분열을 말하지만 사실상 다음 대선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정치세력이 생존하고 이익을 키워갈 토양을 만드는데 진력하는 것으로 보여질 뿐입니다. 명분은 통합이지만 실질은 분열을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지금처럼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돌아서서 다시 통합을 이루는 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차라리 과감하게 분열을 결행하는 결단력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국민의 지지를 덜 상실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모두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분석해둔 터여서 또 다시 속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적절한 명분을 찾을 수 없고,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은 이미 미래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를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대결구도에 매몰된 투표를 하지도 않고, 명분없는 이합집산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계파의 수장들은 당을 해체하고 국민을 눈속임하여 후일을 도모할 일이 아니라 깨끗히 책임을 통감하고 당당히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치무대에서 떠나는 것이 최선이고, 선거를 통한 국민의 퇴출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차선입니다.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다시 확대할 기회를 찾는 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패는 당연히 가장 큰 원인제공자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신진정치 세력이 채울 것입니다. 국민에게 마지막 도리라도 정중히 지켜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그만 비켜 서십시요. 당신들의 시대는 서서히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애초의 열린우리당의 정신이 옳습니다. 당신들에 의하여 변질된 지금의 열린우리당이 잘못된 것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옳은 것은 남고 변질된 것이 사라져야 합니다. 내몸에 맞지 않는다고 시대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변하여 적응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잘못을 탓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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