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꿰맬 사람들은 부지기수이다. 정치

우리는 흔히 말을 함부러 하거나 경박하게 발언하는 사람을 '입이 싸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입은 바로 음식을 먹는 입이 아니라 말을 하는 입을 의미한다. 입이 싼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어떤 사람의 입에는 반응이 없고 어떤 사람의 입은 봉합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관성이 없는 그들의 입은 비싸다고 해야 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대상에 따라서 비판의 강도도 달라지는 것을 보니 자기편이 하면 깊은 뜻이 담긴 것이고 상대편이 하면 맞는 말도 싸가지 없게 보이는 패거리즘이 아닌가 싶다. 우리사회가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며 보내는 싸늘한 시선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발언의 앞뒤를 싹둑 잘라 버리고 특정한 표현을 발췌하여 마구 입이 싼 사람을 만들어 버리는 것을 흔히 보아왔다.

 

이번에는 유시민의 입이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그가 잘했다고 할 일은 아닌 것같다. 언론의 습성을 모르는 그도 아니고 기자들이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왜 그러한 발언을 해서 언론에 악용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다만 비보도 약속을 어긴 순복음 일보도 유시민을 능가하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그의 발언을 해당행위로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판할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보인다. 그들을 이해할 길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더 심각한 해당행위를 했던 사람들이거나 적어도 당에서 힘께나 가진 사람들의 해당행위에 침묵하거나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재건 의원은 유시민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미 탈당한 전병헌 의원은 유시민이 한나라당의 X맨이라며, 유시민 때문에 자신들이 탈당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좀 과도하긴 하지만 분명 유시민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그에 대한 비판이 자격을 가진 정당한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찬반의 견해를 나누거나 얼마든지 토론하고 수용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파고든다. 그 이유를 따져보자.

 

열린우리당은 그럴싸한 창당의 명분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단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으로서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서 창당한다는 솔직한 고백은 들어본 일이 없다. 따라서 창당시 제시한 명분을 진실된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잘 안믿어 지지만 거짓이었다고 당당히 인정하는 사람이 아직도 없어서 거짓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창당의 명분을 짖밟는 사람들은 분명히 지금 유시민의 문제된 발언보다 더욱 큰 해당행위를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당, 정치공학에 초연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며 100년가는 정당이라는 대단히 훌륭한 명분을 가지고 탄생한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다. 이러한 창당의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심지어 당의 주인이라며 돈뜯어 갈 때는 언제고 당원들을 몰아낼 궁리에 몰두하던 사람들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유재건의원이나 전병헌 의원이 그런 사례마다 비판을 가했다는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힘있는 당의 실세들은 더한 일도 눈감아주고 유시민의 발언은 사실과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님에도 눈에 쌍심지를 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싸가지 없는 상대라서 용납이 안되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헤게머니에 장애가 되는 인물이라서 공격하는 것인가? 출당보다 더한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들을 지금부터 나열해 보겠다.

 

첫째, 총선후 곧 바로 열린 당선자 워크샵에서 실용주의를 주장하여 지지해준 유권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이며 그에게는 어떤 비판을 하였는가? 개혁을 실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교조적으로 해서는 안될 것이지만 굳이 지지자들의 선택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배신감을 느낄만한 용어를 강조해서 사용하고 한나라당과의 상생을 주장한 것이 누구의 무슨의도였으며, 당신들은 그를 비판한 일이 있는가?

 

둘째, 총선이 끝나고 다음 당권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에 기간당원제 폐지를 주장하고 그것을 고수하려던 세력을 비판하던 사람은 누구이고 어느 계파에 속한 사람이며, 그에게 단 한마디의 비판이나 만류하는 시늉이라도 했는가? 미리미리 당원을 확보하고 준비하면 될 일인데 또 다시 경과규정을 도입하여 당권을 확보하는데 몰두한 짓은 해당행위가 아닌가? 정치인들은 불편한 제도일 수 있으나 당헌당규에 정한 것이 당의 기본적인 틀이고 모자라나마 상향식 정치를 위한 장치가 바로 기간당원제 였는데 그것을 왜, 누구를 위해서 허물려 하였고, 거기에 침묵으로 동조하였는가?

 

셋째, 탄핵의 역풍으로 소멸되어 가던 민주당을 부활시킨 염동연의 난데없는 통합론은 당에 유리한 행위였는가? 그가 그렇게 떠들고 주장한다고 통합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말하지 않았어도 통합이 가능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의 공식거론은 민주당의 몸값을 한껏 부풀려 통합을 오히려 불가능하게 만들고 민주당의 존재를 부각시켜 호남의 맹주로 부활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고, 지금 열린우리당이 지지멸렬 소멸되가는 원인이 되었다. 그에게 어떤 비판을 가한 일이 있는가? 오히려 지역주의의 꿀단지를 함께 그리워하며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갉아 먹고 있지는 않았는가?

 

넷째,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기간당원들이 공천을 잘못해서 졌다고 주장하던 박상돈 의원은 당을 해한 것으로 보지 않는가? 사실은 거의 전략공천으로 지도부가 공천해 놓고 재보선 패배를 기간당원들에게 뒤집어 씌워서 무력화시키거나 몰아낼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 대한 쿠데타에 다름없는 일이다. 그에게 비판한 일이 있는가? 오히려 그와 동조하고 그의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당원들의 지지도 못받는 사람들이 어찌 국민의 지지를 받겠는가?

 

다섯째, 정동영, 김근태의 이른 바 빅매치가 있던 전당대회에서 하나같이 통합을 주장하며 열린우리당의 존재의미를 평가절하하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그렇게 스스로 무력감을 표하는 정당을 어떤 국민이 지지하겠는가? 그렇게 주장하던 통합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성과는 단 반푼어치라도 있는가? 말로만 통합이고 오히려 분열에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헛발질을 비판하기는 커녕 열심히 환호작약하지 않았는가?

 

여섯째, 맞는 말을 참 싸가지없이 한다던 김영춘의 발언은 해당행위가 아니고 당의 단합에 기여라도 했는가? 동네 아저씨들이 다 싫어하더라. 그를 좋아하는 국회의원이 5명도 안된다고 비난과 조소를 보내던 김현미의 행위는 해당행위가 아닌 당을 위한 충정인가? 그런 분파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비판한 일이 있는가?

 

일곱째, 대통령의 장관기용에 반기를 들고 성명서를 발표하던 사람들은 당의 화합에 무슨 기여를 하였는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자신들의 맘에 안맞는다고 함부러 침해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생각은 해 보았는가? 누가 그런 콩가루집안을 정당으로보고 지지할 것인가? 그들의 행위에 해당행위를 운위하거나 재명을 거론한 일이 있는가?

 

여덟째, 당이 수 많은 개혁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한나라당에 끌려 다녔으며, 심지어 법사위원장 자리도 한나라당에게 주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이끌어내지 못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였고, 특히 강력히 지지하던 세력들의 마음을 모두 돌아서게 만들었던 잘못은 덮어둔 채 '개혁한다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주제파악 못하는 소리를 했던 당의장을 한마디라도 비판하거나 반론이라도 한마디 하였는가? 그렇게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고 한나라당의 싹쓸이나 겨우 막아달라는 비굴한 집권여당을 지지할 국민이 있겠는가? 그렇게 패배를 자초한 인사를 비판한번 한 일이 있는가?

 

아홉째, 정치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당의 주인인 기간당원들의 권한을 깡그리 날려버리고 그것이 법원에서 위법한 것으로 결론난 상황을 승복하지 못하고 또 다시 중앙위원회를 소집하여 개정하고 심지어 안되면 몽땅 탈당한다고 협박까지 해서 소원을 성취한 사람들은 해당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개정당헌당규를 개정된 룰에 의하여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추인받는 웃기는 작태를 보인 정치인들은 당을 위한 충정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가? 그런 해당행위에 제동을 걸거나 한마디라도 비판을 가한 일이 있는가?

 

열번째, 당원도 아닌 외부인 고건을 대선후보로 옹립하자며 당의 구심력을 무력화시키던 사람들은 당의 해체를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닌가? 그런 인사들은 징계를 하였는가? 심지어 그에 대한 지지를 공개표명하고서도 당에 여전히 남아서 뭉개고 앉은 인사들은 애당심이 높은 사람이라도 되는가? 그들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하였는가?

 

열 한번째,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어려운 당을 이미 망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면서 더더욱 지지할 수 없게 만들던 행위는 해당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이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일부는 이미 탈당을 해서 열린우리당을 비난하고 있는데 비판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통합을 위해서 당을 쪼개고 서로 비난하는 일이 과연 당을 위한 일인가? 그런 일에 강력한 비판을 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진다.

 

고비마다 당을 이모양으로 만들어가던 사람들에게 아무런 비판도 못하거나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던 사람들이 마치 대단한 애당심이라도 가진 것처럼 유시민을 재명운운하고, 한나라당의 X맨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뭐 유시민이 아주 현상과 다른 거짓말을 했다면 몰라도 그리 거짓말같지 않고 현상과 비교적 일치하는 주장을 했는데 왜 핏대를 올리는가?

 

유시민이 X맨이면 탈당해서 당을 비난하고 다니는 당신들은 분열의 X맨인가? 말로는 통합을 외치고 행동은 분열을 가속화하는 모양이 딱히 통합팀에 파견된 분열팀의 X맨처럼 느껴진다. 힘센 사람들의 해당행위에 한마디의 비판도 못하더니 비교적 힘이 약한 유시민을 향해서는 재명을 운운했다니 어불성설이다. 열린우리당이 왜 이 모양으로 되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안봐도 훤하다.

 

유시민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기간당원제를 강탈당하고 당권을 빼앗긴 본래의 주인 기간당원들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정도의 애당심은 가져야 유시민을 해당행위자로 비판할 자격이 있다. 이번 기회에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을 망친 궤적을 복기해보고 진진한 반성과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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