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살아 있어야 명예로운 것. 인권과 평등,종교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전직 공무원이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당사자의 고통이 심각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중히 고인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1. 검찰은 염라대왕의 사자인가?

검찰은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범죄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입니다. 범법행위를 색출하고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며 범법자를 기소하는 일이 우리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거나 소환을 받게 되면 보통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검찰의 수사가 고압적이고,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굴욕감을 주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치권력의 힘을 빌려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라면 과거에 비하여 당연히 불편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현대그룹의 고 정몽헌 회장도, 대우건설의 고 남상국 사장도, 고 안상영 부산시장도, 고 박태영 전남지사도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과거의 검찰이라면 그런 분들에게 수사의 칼날을 겨누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수사과정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예우를 했을 것입니다.

다급한 피의자들에게 검찰의 수사는 염라대와의 사자처럼 무서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피의자를 수사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검찰의 수사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자백을 강요하고, 굴욕감을 줘서 단서를 찾아내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탈피해야 합니다. 정치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벗어났다면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검찰이 지옥의 사자로 보여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자살은 명예로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를 하였다면 그런 사람의 심정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없는데 그것을 스스로 버릴 때의 심리적 상태는 얼마나 절박하겠습니까?

그러나 자살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기 위하여 할복을 선택하던 일본인들의 역사를 따라할 일은 아닙니다. 너무 억울해서 결백을 주장하려고 자살을 선택할 일도 아닙니다. 살아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훨씬 억울함을 벗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벗어나기 위하여 목숨을 끊을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간의 목숨은 살아 있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만큼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거나,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 다른 이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길이 아닙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던져서 덜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이 될 뿐입니다.

결코 자결은 인간의 명예를 지켜주지도 남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도 못합니다. 살아서 다투고 서로를 욕하고 원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 숨쉬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일입니다. 살아가는 내내 고통을 헤어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고통을 딛고 살아 있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일입니다.

결코 자살은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서로 고통도 나누고 기쁨도 가끔은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죽어서 지켜질 명예도 행복도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살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차라리 아름다운 일입니다.

3. 인권이 존중되는 수사,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검찰의 수사가 피의자에게 억울하지 않고, 피의사실보다 지나친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은 검찰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 시대입니다. 스스로의 권력이 강화된 만큼 검찰은 스스로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피의자에게 고통을 주고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압하는 것은 대단히 전근대적 방식입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명도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불구속 수사를 관행화 해야 합니다.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일은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구속은 처벌의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사법부의 유죄판결 이전에 행정부가 형벌을 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극히 일부의 경우에 한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현저하고, ㅅ수사중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로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검찰의 고압적인 수사를 막기 위하여 수사중 변호인의 입회등을 폭넓게 허용해야 합니다. 피의자의 자백을 강압으로 받아내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고문일 뿐입니다. 그런 관행을 바꾸기 위하여 변호인이 수사에 입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사법부는 피의자의 자백을 범죄의 유일한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스스로 인정하면 범죄가 증명된 것으로 알고 자백만으로 공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검찰의 생각을 무력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백은 범죄의 증거가 아니라 고문의 증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를 받는 사람이 검찰의 수사가 두렵다거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으로 인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사라져야 합니다. 억울하다면 살아서 항거할 일이고, 부끄럽다면 살아서 참회할 일입니다. 자신이 범죄자가 되어 다른 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살아서 그 빚을 갚는 것이 옳습니다.

다시는 검찰의 수사 때문에 수사대상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잘못이 없다면 없는대로 밝혀야 하고, 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처벌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검찰도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사기법을 표기할 때입니다. 누군가 목숨을 버리면 분명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아 집니다.

전 서울시 주택국장 고 박석안님의 명복을 삼가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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