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우선론,제3의 길은 해답이 아니다.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의 극복을 국정의 최대과제로 꼽았다. 이것은 대통령이 아젠다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의 극복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담겨 있지 않고 국민에게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

여러가지의 경제지표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니계수니 소득5분위니 하는 분배구조의 왜곡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일 뿐이다.

성장률도 회복되고 있으며, 내수도 점차 회복국면에 접어 들고 있다. 주가도 숨가쁘게 상승세를 구가하다가 잠시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주춤하고 있다. 계수상으로 심각한 것은 양극화 뿐이다. 성장의 잠재력 측면에서는 인구구조의 변화, 즉 노령화의 급속한 진행이 염려스럽다.

그러나, 위기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양극화와 인구구조의 노령화는 심각한 것이다. 이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보면 한국경제는 엄청난 위기이다. 양극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이니 항상 발생하는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의 성장전략을 구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자뭇 심각해진다.

인구구조의 노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지금은 당장 생산인구의 감소를 유발하는 수준이 아니고 소비의 감소를 유발하는 수준이지만 10년후, 20년후에는 생산인구의 감소가 예상된다. 그것은 곧 성장잠재력의 심각한 감소를 의미하는 일이다.

양극화와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그것의 극복은 지금 시작해도 너무 늦은 일이다. 늦었으니 당장이라도 강도높은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할 난제들이다.

2. 각 정파가 주장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양극화를 그리 심각한 것으로 보지 않는 눈치이다. 그것은 양극화가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구조와 대외적인 여건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지 않는데서 알 수 있다. 그들은 양극화가 현정권의 잘못된 경제운용과 정책실패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여긴다. 당연히 해법은 현정권의 정책을 반대로 하면 간단히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성장우선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그저 복지예산을 약간 늘리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이다. 특히 당권경쟁의 한 축인 정동영 전 장관의 주장은 거의 한나라당의 성장우선론과 다를 바가 없다. 남북의 평화정착을 통한 국방비의 절감에서 재원을 만들고 그것을 투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근태 의원의 경우 정부의 예산절감과 탈루되는 세금의 철저한 징수노력에서 해법을 찾고 모자라는 경우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재원의 조달방법을 강구하여 대책을 세우자는 정도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평가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부유세를 걷어서 서민의 복지를 확대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해법에 가까운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같다. 문제는 부유세를 징수하는 정도의 정책을 담아낼 정치구도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현성이 낮다.

정파마다 주장하는 내용은 다양하나 적절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성장론은 이제 양극화와 저출산이 성장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위기의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정동영계는 평화체제 구축으로 절감된 국방비등이 통일비용으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여전히 한나라당의 주장과 같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어서 해법이 되지 못한다. 김근태 측은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있어 보이나 해법의 구체성이 전혀 없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심각성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현할 정치구도를 만들지 못한다. 온통 성장론자들의 세계인 정치계를 균형있는 구도로 전환할 전략적인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허한 주장을 펴고 있어서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3. 해법은 국민의 각성이다.

양극화나 저출산이나 모두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극복할 길이 보이는 일이다. 결국 재정을 철저히 확보하는데 역량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지역을 갈라서 투표하는 국민들의 의식으로는 결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재정의 확보방안은 국채발행으로 후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전가하는 방법이어서는 안된다. 그나마 저출산으로 생산인구가 대폭 감소할 우리의 후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긴다면 한국경제는 몰락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직접세의 세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물론 정부의 예산절감노력과 세원발굴 및 철저한 징세노력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수차례 정치권의 파퓰리즘 정책으로 낮아진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원상회복 시키는 것이 옳다.

직접세의 인상을 통하여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노령인구를 지원하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교육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재정을 확대하여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복지재정의 확충만이 장기적으로 내수의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길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보수일색의 정치권 구도로는 그 일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은 여전히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기도 하고, 계급적 이해를 투표에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구도에 볼모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구도를 바꾸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국민에게 옳바른 경제상황을 인식시키고 국민이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투표에 반영할 수 있는 정도로 정치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과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십년 동안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임시로 고용을 창출하면서 이른 바 '몰핀경제'를 맛본 터 인지라 국민은 그것을 넘어설 인식향상이 매우 어렵다. 정치인들은 계속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성장론을 설파하며 국민을 속여왔다. 그렇게 누적된 부작용들이 지금의 경제상황을 만들어 왔다.

과거 서민들이 어려울 때마다 투입되던 재정이 몰핀효과를 가져오고, 고통을 가시게 하였던 국민이 금단현상을 참고 견뎌줄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않다. 권위주의적 정권들의 임시처방이 국민을 환각으로 몰아가던 일은 지금 고스란히 우리의 부담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역시 처방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구도상 양극화를 심각한 국정과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세력에게로 무게중심이 이동해야 한다. 성장우선론으로 점점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는 세력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국민이 지역구도를 벗어나서 계급적 이해를 정치에 바르게 반영하기만 하면 간단하다. 서민의 입장은 직접세 인상과 복지예산의 확충, 부자들의 입장은 성장우선론으로 정치인의 선택기준을 삼는 것에서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정당들이 각기 핵분열을 일으키고 갈라져서 계급적 이해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길이 있다면 그것을 촉발하였으면 좋겠다. 국민의 지지성향이 그렇게 갈라진다면 충분히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자당, 중산층당, 서민당, 근로자당, 농민당 등등으로 나뉘려면 국민의 정치경제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계급이해를 담는 투표행위가 필요하다. 국민이 각성하면 정치도 경제도 바뀐다.

by 비토세력 | 2006/01/23 16:25 | 경제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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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믿음 at 2008/05/05 21:57
좋은글 읽고갑니다.^^
우연히 들어오게되었는데
정말 너무 공감하고 갑니다.

조금 오래된 된 글인것같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 너무 공감가는 글이네요^^

이명박 대통령..
오늘 내일하는 빈민들이 경제대통령이라고 좋아라하고 뽑고,
단지 뽑을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선거도 하지않고 놀러가기 바빴던 사람들
이제와서 뭐라 하는걸 보면 한숨밖에 나오질않네요..

다만, 이번일을 통해 국민각성의 촉발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5년간은 고생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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